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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설] 좋은 아내 - 마지막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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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말을 끝으로 춘식이는 입을 다물었고, 저도 아내도 말을 하지 않았기 때문에 저희 세 사람은 바다를 향해 나란히 

앉은 채 잠시 어색한 시간을 보냈습니다.

저의 왼쪽에는 아내가 그리고 제 오른쪽에는 아내를 안고 싶다고 말하는 과거 아내를 안았던 남자가 앉아 있었습니다. 

저를 가운데 두고, 아내와 춘식이 두 사람 사이에 오가는 마치 발정기에 들어선 동물의 암,숫컷이 짝짓기를 하기 이전에 

미리 서로를 탐색하는 듯한 미묘한 감정의 교류, 그걸 피부로 느끼면서도 남편인 저는 마냥 침묵하고 있어야 했습니다. 


만약 춘식이가 지금 당장 이 해변에서 아내를 안는다해도 저는 말리긴커녕 오히려 흥분 속에 그걸 지켜보고만 있을 것같은 

기분이었습니다. 그것은 초현실적이고, 우스꽝스러운 부자연스럽기 짝이 없는 광경이었습니다. 

그냥 이렇게 가만히 앉아 있을 뿐인데도 그런 망상이 야기한 흥분으로 저의 피부엔 땀이 흘렀고, 심장의 고동은 점점 

빨라지고 있었습니다. 

눈앞에 펼쳐진 모래사장과 바다는 여전히 평화로워서 사람들이 웃고 떠드는 소리가 여기저기에서 들려 오고 있었습니다. 


여름, 이었습니다.

그리고 저에게 있어 여름의 기억은... 작년 일본의 온천에서의... 

불쑥 춘식이가 일어섰습니다. 


"야, 수영 더 안 할래?"


수영팬티의 엉덩이 부분을 손으로 털어내며 춘식이가 하는 말에 대답했다. 


"나는 그만 됐어. 아까 충분히 헤엄쳤다."

"쳇, 이래서 노땅은 싫다니까." 


동갑인 주제에 춘식이는 그런 말을 하더니, 이번에는 아직도 얼굴에서 붉은 기가 가시지 않고 있는 아내를 보았습니다.


"제수씨는 아직 젊으니까 괜찮겠죠? 수영하러 가시죠."

"저는..." 


아내는 저를 보았습니다. 

아까까지 묘하게 들떠 보였던 아내였지만, 춘식이가 나타나고 부터는 평소의 조심스러운 상태로 돌아가 버린 것 같았습니다.


"일일이 남편 허락을 받을 필요는 없어요. 지금이 조선시대도 아니고."


그렇게 말하더니 춘식이는 갑자기 아내의 팔을 잡았습니다. 

아내는 놀라 팔을 빼려고 했지만, 춘식이의 억센 손은 그걸 허락하지 않았습니다.


"자, 가죠."


아내는 다시 한번 저를 돌아보았습니다.

제가 춘식이를 만류해 주길 바라는 듯한, 간절해 보이는 아내의 그 얼굴을 바라보다가 뭔가가 제 속에서 천천히 움직였습니다.

저는... 아내에게 고개를 끄덕여 보였습니다. 


그 순간, 아내의 입술에서 한숨이 새어 나오는 것이 들렸습니다. 춘식이에게 이끌려 아내는 자리에서 일어섰습니다. 

마치 줄에 매달려 있는 인형처럼, 그녀의 전신에서 완전히 힘이 빠져 버린 것같은 모습이었습니다. 

춘식이에게 억지로 끌려가듯이 팔을 붙잡힌 채 물가로 걸어가는 아내의 뒷모습 아내의 그 새하얀 등의 살결과 딱 벌어진 

춘식이의 구릿빛, 용이 포효하는 근육질 등판이 신기하게도 절묘한 대조를 이루고 있었습니다. 


백과 흑. 부드러움과 강함. 말랑말랑함과 딱딱함. 그 두 몸이 서로 얽혀 하나가 되었던 그 밤이.....

결코 잊을 수 없었던 그 기억이 제 뇌리에서 다시 한번 검은 불꽃처럼 일렁이고 있었습니다.

그 열기는 제 폐부를 활활 태우고, 제 마음을 재로 만들어 버리는 데도 그 위험한 불꽃으로부터 도망칠 수 없는 저는, 

여름 밤에 뜨거운 백열전등 앞에서 춤을 추는 하루살이 같은 존재였습니다.


그 불 속으로, 그 불 속으로.... 그 유혹이... ....바꿔줄께.... 유혹...

그리고 지금 물가에 서 있는 아내와 춘식이의 뒷모습 그날 밤, 아내의 저 하얗고 날씬한 몸을 움켜잡고 마음대로 휘어지게 

만들던 춘식이의 굵은 팔이 오늘 드디어 아내의 동그란 어깨를 다시 감싸안는 것이 보였습니다. 

저는 뜨거운 숨을 내쉬었습니다. 

길고 길게 아내는 고개를 숙인 채, 춘식이에게 순순히 어깨를 안긴 채 천천히 바다로 들어갔습니다. 


태양은 정오를 지나 조금 기울어져서 두 사람의 그림자는 제가 있는 모래사장을 향해 뻗어 있었습니다. 

아내와 춘식이가 바다로 들어가 수영을 하는 모습을 지켜보다 전 비닐시트 위에 드러누웠습니다. 

눈을 감고 있자니, 지난 여름 두 남녀의 나체가 얽혀있던 기억은 사라지지 않고 더욱 구체화되어 갔습니다. 

그리고, 그 기억은 망상으로, 어쩌면 오늘 다시 재현될 아내와 춘식이의 정사장면으로 이어졌습니다. 


시간이 얼마나 흘렀을까? 

다시 눈을 뜨고 몸을 일으켰을 때도 여전히 여름의 내리쬐는 햇살은 따가웠고, 해변 물가에는 튜브를 가지고 노는 아이들 

바다로 뛰어드는 청춘남녀들, 즐겁게 거니는 일가족들이 여전했습니다. 

그렇지만, 아무리 둘러봐도... 바다 위를, 모래사장 위를 아무리 살펴봐도... 조금 전까지 바닷물에서 헤엄을 치던 아내와 

춘식이의 모습은 찾을 수 없었습니다.


얼마간 기다리면서 점차 저의 머릿 속에서 흥분에 가득찬 망상은 사그러들고, 두려움과 분노의 망상이 그 자리를 차지하기 

시작했습니다.

아내와 춘식이 두 사람이 도망이라도 간 건가? 

바로 눈이 맞아 어딘가 은밀한 곳을 찾아 들어가 지금 섹스라도 하고 있는 건가? 아님, 춘식이에게 강제로 끌려가버렸나?


춘식이의 커다랗고 육중한 몸 아래 깔려 두 다리를 활짝 벌린 채 발버둥치고 있는 아내가 보이는 것같았습니다.

조바심이 인 저는 더 이상 기다리지 못하고 사라진 두 사람을 찾기위해 일어나 파라솔 그늘을 나섰습니다. 


한참을 해변가 인파 속을 헤집고 다니며 아내와 춘식이를 찾을 때였습니다. 

저 앞, 몇몇의 사람들이 모여 있는 곳에, 의자 위에 앉아 있는 한 남자의 낯익은 뒷모습이 보였습니다. 

벌거벗은 아까와 달리 상체에 흰색 바탕에 감청색 줄무늬의 티셔츠를 입고 있는 그 건장한 남자는 춘식이가 확실해 보였습니다. 


그리고, 그 곳으로 가까이 다가가자 동그란 나무의자에 앉은, 다리를 쩍 벌리고 있는 춘식이의 앞에 삼각수영복을 입은 맨살의 

녀석 가랑이 사이에 아내가 앉아 있는 것이 보였습니다.

놀랍게도 아내는 어느샌가 춘식이와 같은 모양의 커플룩을 위에 입고 있었습니다. 

같은 옷을 입은 두 사람의 다정한 포즈는 마치 처음부터 함께 휴양지에 놀러 온 부부처럼 보였습니다. 


춘식이의 것과 똑같이 디자인된 하얀 바탕에 분흥색 줄무늬의 티셔츠를 위에 입은 아내는 춘식이의 굵은 두 팔에 허리를 

감싸인 채 뒤로 당겨져, 춘식이의 그것이 있는 부분, 툭 튀어나온 사타구니에 조금의 틈도 없이 통통한 엉덩이를 밀착하고 

있었습니다. 

춘식이의 엉덩이는 미세하게 조금씩 꿈틀거리고 있었는데, 그것이 아내의 엉덩이 골 사이에 위치해 있을 녀석의 페니스의 

움직임을 짐작케 했습니다.


발갛게 상기된 얼굴의 아내는 가끔 불편한 듯 몸을 뒤척여 녀석의 사타구니에서 벗어나려는 미약한 움직임을 보였지만, 

춘식이의 두 팔은 그 때마다 굳세게 다시 아내의 허리를 끌어당겨 그녀의 엉덩이 골짜기가 춘식이의 페니스에서 떼어지는 

것을 허락하지 않았습니다.

비록 아내의 앞에선 그 움직임들이 가려져 있었지만, 뒤에서 다가가는 제 눈엔 아내와 춘식이의 그런 하체의 작은 밀고 

당김이 뚜렷하게 눈에 들어왔습니다.


"정말 두 분 잘 어울리시네요. 올 여름 제가 그린 커플 중에서 두 분처럼 완벽한 한쌍은 처음 봅니다." 

"그래요? 하하하." 


의자에 앉은 아내와 춘식이의 앞, 캐리커쳐를 그리고 있는 스물 중반의 젊은 화가의 아부성 멘트에 춘식이가 기분좋은 듯 

호탕하게 웃어보였습니다. 

아내는 아무런 말도 하지 않고, 부끄러운 듯 발그레한 얼굴을 약간 숙이고 춘식이의 품 안에 얌전히 안겨 있었습니다.


젊은 화가의 말이 접대성 멘트라고 해도, 어느 정도는 사실이었습니다. 

누가 보더라도 다정히 껴안고 앉아있는 아내와 춘식이는 잘 어울리는 한쌍이었습니다. 

외국인같은 높은 콧대와 쌍꺼풀 진 눈, 호남형의 얼굴에, 큰 체격의 근육질 남자와 보호본능을 일으키는 가냘프고 작은 

몸매에, 하얀 피부, 순한 눈망울, 그럼에도 모델 못지않은 콜라형 몸매를 가진 여자는 그 자리의 누구도 의심하지 못할 

부러움을 자아내는 다정하고 사이좋아 보이는 부부였습니다.


"애는 있으세요?"


앞에 앉은 가짜부부를 눈으로 힐끌힐끔 쳐다보며 캔버스 위 하얀 종이에 손을 잽싸게 놀리면서, 젊은 화가가 춘식이에게 

물었습니다.


"아니, 아직."

"아깝네요. 이렇게 멋진 두분의 유전자를 섞어 태어나면 완전 천사였을 텐데. 내년에 다시 오실 땐 아기도 데려오세요. 

그땐 제가 반값에 그려 드릴 테니까요." 


"뭐야? 겨우 반값? 그땐 오히려 이쪽이 모델료를 받아야 되는 것 아닌가? 안 그래, 현수야?"


부끄럼쟁이 아내는 달아오른 얼굴로 춘식이의 유쾌한 농담조의 말에 맞장구도 치지 못하고, 간신히 젊은 화가를 향해 

앞 쪽으로 고개를 들고만 있을 뿐이었습니다.


"그런가요? 하하하. 알겠습니다. 그런 인연이 되면 제가 무료봉사해 드리죠. 성심성의껏 그려드릴테니 꼭 찾아와 주세요. 

아마도 몇 년 동안은 여름마다 여기서 장사를 해야 할 것같으니까요."


선하게 생긴 젊은 화가가 웃으면서 앞의 다정한 가짜부부에게 얘기했습니다.


"야, 이거 큰 일이네. 내년 여름이면 하루빨리 아이를 만들어야겠는 걸. 어때, 현수야? 오늘밤이라도 우리 한번 힘 좀 써볼래? 

너만 괜찮다면 내가 밤새 아이 만드는 일에 협조할 테니까. 그러자, 응?"


전혀 보통 때의 녀석답지않은 달달한 목소리로 춘식이가 아내에게 조르듯 말하자, 주위 전시된 캐리커쳐 그림을 구경하던 

사람들이 그 짓은 성적 농담에 깔깔거리며 웃어댔습니다.

아내도 더 이상 견디지 못하고 발갛게 익은 얼굴을 푹 수그리고 몸을 비비 꼬았습니다. 

흔들리는 아내의 엉덩이가 딱 밀착해 있는 춘식이의 팽창해 단단해진 그것을 골짜기 사이에 파묻고 부드럽게 어루만져주고 

있었습니다. 


그건... 그건... 누가봐도 사랑하는 남자에 대한... 아양의... 애교의 몸짓이었습니다.

남편인 전 무슨 일이 생긴 것은 아닐까 조바심에 그렇게 불안해 하며 찾아 다녔는데.. 아내는...

아내는 그 시간 동안 춘식이와 수영을 하고, 다정한 부부처럼 이곳저곳을 돌아다니며 커플룩을 사입고, 이렇게 둘만의 

추억을 만들고 있었던 것입니다. 


피가 끓는 것같았습니다. 걷잡을 수 없이 솟아난 분노는 오히려 제 감정을 싸늘히 식혀 버렸습니다.

전 젊은 화가가 그림을 그리는 앞 쪽으로 천천히 걸음을 옮겼습니다. 

아내와 춘식이를 의식하지 않는 것처럼.... 


오직, 지금 그려지고 있는 두 사람의 캐리커쳐가 궁금한 것처럼 차분한 모습을 유지하면서 다가 갔습니다.

젊은 화가는 의외로 솜씨가 좋았습니다. 

두 사람의 특징을 잘 잡고, 거기에 행복이라는 분위기를 덧 씌운 잘 그린 캐리커쳐였습니다. 


제가 화가의 옆에 서서 그림을 구경하는 동안, 분위기가 싸해졌습니다.

고개를 드니, 창백하게 핏기 하나 없는 얼굴에, 놀라 벌어진 입을 다물지 못하고 눈을 동그랗게 뜨고 있는 아내와 그런 아내의 

모습에 화가나 주위에 모여 있던 몇몇 사람들이 수군거리며 이상하게 여기는 눈치까지.... 

그 와중에도 춘식이는 여전히 당당했습니다. 

아니 오히려 재미있는 장난감을 발견한 어린애처럼 눈빛을 반짝이며 짖은 웃음을 입가에 머금고 저를 쳐다보고 있었습니다. 


"아, 형님, 저희들 찾고 계셨나 보군요. 이것만 그리고 금방 돌아가려 했는데. 넌 왜 그렇게 과민반응이야, 

주위사람들 다 놀라게. 저기 저 분은 여기 제 사랑하는 와이프의 오빠랍니다. 이번에 같이 피서를 왔죠. 

이봐요, 화가선생 그림 좀 서둘러 그려줘야겠어. 저 분 형님이 혼자 계셨다고 화가 나셨나봐, 

예전부터 엄하신 분이라서 아내가 이렇게 시집와서도 여전히 오빠 눈치를 본다니까, 하하하."


떠벌거리며 해명하는 춘식이의 말에, 아내의 사색이 된 얼굴 긴장된 반응을 이상하게 여기던 주위 사람들이 간신히 수긍하며 

이 상황이 넘어가는 듯했습니다. 

젊은 화가도 앞의 아내와 춘식이 그리고, 갑작스레 등장한 나 저희 세 사람을 수상쩍게 번갈아 보면서도 다시 바쁘게 색연필을 

든 손을 놀렸습니다.


그것보다 정면에서 아내를 본 저도 아내 못지않게 놀라 아무 말도 할 수 없었습니다. 

아까부터 뭔가 이상하다 여겼던 것을 이제서야 눈치를 챘던 것입니다. 아내는 원피스 수영복을 입고 있지 않았습니다. 

하얀 티 속 비쳐 보이는 유방을 감싼 검정색 비키니 브라 앉아있는 그 자세에서 역시 검정색 비키니 하의를 입고 있는 것이 

보였던 것입니다. 


소심해 노출을 꺼리던 아내가, 여름의 무더운 더위에도 단정해 보이는 옷만을 고집하던 아내가... 

저런 야한 느낌의 비키니를 입고 있을 줄은 정말 상상도 하지 못했던 일이었습니다.


그런 놀람에 찬 제 시선을 똑바로 받지 못하고 아내는 창백해진 낯빛을 한 채, 고개를 바닥으로 떨구었습니다. 

맞지않은 작은 옷을 입은 어린 계집아이처럼 아내는 불안한 표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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