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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설] 좋은 아내 - 6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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춘식이는 그런 말을 하더니, 차가운 눈으로 저를 바라보았습니다.


"만약 그렇다면, 너도 힘들겠다. 겉으론 새침을 떨지만 조금만 건들여 주면 반응이 색녀같은 년들이 있거든. 

타고난 화냥끼를 주체 못하는 거지. 제수씨도 그런 종류 아냐? 

좋게 말하면 감수성이 풍부한 거고 나쁘게 말하면 존나게 밝히는 거거든." 


밝히는... 


"뭐, 나야 그런 년들이 오히려 더 좋지만 말이야. 입으로야 아니라고 말해도, 인간의 육체는 정직한 거니까. 

제수씨처럼 처음에는 정숙한 척, 저항하는 척 하면서, 마지막에는 못 이긴 척 쾌락에 젖어 미친듯이 허리 돌리는 년들이 

따먹는 맛이 보통년들보단 훨씬 낫거든. 그런 년들 내 방식으로 조교하는 것도 기분 좋은 일이고 말야." 


정말 부럽다, 네가... 마지막으로 그렇게 한마디 뱉고, 춘식이는 다시 담배를 입에 물었습니다. 

그 시선은 똑바로 저를 향해, 번뜩이는 눈빛으로 저를 조롱하고 있었습니다. 

그 눈을 저는 잠시 말없이 노려보고 있었습니다. 


년, 년, 년.... 미친놈, 말끝마다...

하지만, 저는 작년 여름 그 때의, 광란에 빠져있던 아내의 표정을, 그 몸짓을 떠올렸습니다. 

이윽고, 제가 말했습니다. 


"내가 그런 말도 안되는 소리에 넘어갈 것같냐?"


춘식이는 담배를 피우면서 눈썹만 움직여 제 말에 반응했습니다.


"넌 옛날부터 안하무인인 척 행동했지만, 속으론 냉정하게 그 사람의 반응을 살피는 타입이었지. 

네 무례한 말에 흥분할수록, 무심코 그 사람의 본심이 나오는 법이니까. 

그렇게 속내를 알아내고 이용했던 거지. 나쁜 쪽으로만 말야."


춘식이가 "흐흐"하고 웃었습니다.


"오랜 친구에게 꽤 심한 말을 하는 걸?"

"누가 할 소린데?" 

"흠, 그렇다고 하지, 뭐. 그건 그렇고, 네 녀석은 질리도록 오래 알아서 더 이상 살펴볼 것도 없어." 


담배를 비벼 끈 춘식이는 마치 제 마음을 이미 다 알고 있는 듯한 비웃음을 보이면서 천천히 의자에서 일어섰습니다.


"이제 와서 어떻게든 돌이키려고 해도 소용없는 일이야, 이미 일어난 일은 바꿀 수도 없고, 애초에 그걸 제안한 건 너였어. 

제수씨를 배신한 것도 너였고."


"그래서... 무슨 말을 하고싶은 거야?"


초조한 어조로 외치는 저를 춘식이가 선 채로 벽에 기대며, 차가운 눈으로 쳐다봤습니다.


"너 자신이 가장 잘 알고 있는 일을 내가 왜 말해야 되는데?"

"...그럼 질문을 바꾸지. 너는 뭐가 하고 싶은 건데? 솔직하게 말해 봐." 

"...내가 하고 싶은 일? 그거야 뻔한 거 아냐?" 


춘식이는 주저없이 말했습니다.


"제수씨를 안고 싶어. 이 곳에서, 다시 한번."

"............" 


너무나 뻔뻔한 춘식이의 말에 저는 순간 말문이 막혔습니다. 

얼마의 시간이 흐르고, 저는 간신히 정신을 차릴 수 있었습니다. 


"...너 지금 누구한테 그런 말을 하고 있는 거야?"

"너 한테지. 지금 여기엔 너밖에 없잖아?" 


태연하게 말하고 춘식이는 다시 담배에 불을 붙였습니다.


"미리 말해 두지만, 지금 내가 이야기하고 있는 상대는 한 명의 남자로서의 너야. 한 집의 가장으로서의 너가 아니라."

"후우~" 


담배연기를 뿜으면서, 춘식이는 뱀이 이브를 유혹하 듯 일렁이는 눈빛으로 저를 바라보았습니다.

뱀의 혀가 움직였습니다. 


"난 널 알아. 그 때 이후, 너는 이제 평범한 부부관계로는 만족을 못하고 있어. 

그래서, 다시 그 때와 같은 흥분을 느끼고 싶어하고 있지. 나와 섹스하는 제수씨를 보면서 느꼈던 그런 흥분을." 


단정적으로 말하는 춘식이의 말투에는 일말의 의심도 없었습니다. 


"그리고, 나는 제수씨를 안고 싶어. 서로의 이해가 일치하는 거야. 달리 무슨 문제가 있지?" 


"...현수 본인의 의사는 어쩌고? 집 사람은 물건이 아냐. 오히려 다른 사람보다 더 상처 받기 쉬운 성격이라고.. 지금도... 

난 알고 있어. 집 사람이 그 때의 일로 아파하고 슬퍼하고 있다는 것을. 그런데, 또..."


말하면서 제 가슴이 찢어지는 듯 고통스러웠습니다.


"그리고... 나는 현수의 남편이야."

"이제와서? 위선떨지마. 처음에 제수씨를 물건처럼 나에게 건네 준 건 바로 너였어." 


"그걸 자꾸 끄집어내서 네 의도대로 날 움직이려 하는데... 너같은 인간이 그런 말을 할 자격이 있을까? 

그걸로 날 욕할 수 있는 사람은 오직 현수뿐이야. 그리고, 그건... 후회하고 있다."


"후회? 반쪽만 후회하고 있겠지. 

나머지 반쪽은 지금도 짐승처럼 욕정에 휩싸여 있을 테고... 뭐, 나에게는 그쪽이 훨씬 이득이지만 말야."


칼날같은 춘식이의 말이 이번이야말로 제 마음에 숨겨진 진심을 예리하게 찔러와 저는 말문이 막혔습니다. 

자신의 목적을 위해 온갖 비열한 짓을 다하는 이 녀석과 마찬가지로, 저 역시 여전히 그 때의 그 흥분을 원하고 있다는 것을, 

그걸 위해서라면 소중한 아내를 도구처럼 이용할 수 있다는 것을, 무엇이든 할 수 있다는 것.... 

저 자신에게 부정할 수 없었던 것입니다.


"그리고 제수씨가 아파하든 슬퍼하든, 그런 것은 나중엔 아무것도 아니야." 


...혼잣말 같은 그 말투... 


"그런 시시한 일은 순식간에 잊게 해 줄 수 있거든." 


마치 악마같은 욕망에 불타는 눈이 저를 보고 있었습니다. 


"차라리 죽고 싶어할 정도로 즐기게 해 주지. 결국엔 제수씨 스스로가 오히려 이쪽에 매달려 해 달라고 조르게 될거야. 

바꿔 줄게, 제수씨를 네가 원하는 그런 여자로... 네가 본 적이 없는 새로운 여자로." 


"............"

"그것은 너에게도 제수씨에게도 좋은 일이 될 거야." 


그렇게 말하고 마지막으로 춘식이는 악동같은 장난스런 웃음을 띄웠습니다.


"그리고, 나에게도... 분명히 그렇게 될 거야."


춘식이의 방을 나와 저희 부부의 방으로 돌아온 것이 몇 시쯤의 일이었을까요? 


"...현수야?"


모습이 보이지 않는 아내를 부르자 옆방의 문을 열고 아내가 모습을 드러냈습니다.


"아, 자고 있었어?"

"미안해요. 조금 몸이 안 좋아서." 

"그래? 그럼 계속 자." 


제 말에 아내는 "아니, 이제 괜찮아요."라고 말하면서 제 얼굴을 조심스레 살폈습니다.


"커피 드릴까요? 아니면 술...?"

"커피가 좋겠어." 


저는 창가쪽에 붙어있는 테이블로 다가가 의자에 앉았습니다.

졸졸, 주전자에서 물 따르는 소리가 조용한 방 안에 울렸습니다. 

짧은 소매 아래 뻗어나온 아내의 가느다란 팔이 커피를 만드는 것을 보면서, 저는 웬지 모르게 답답한 마음이 되었습니다. 


"담배 피워도 될까?"

"그러세요..." 


힘이 빠진 목소리로 물어보는 저에게, 아내는 평소처럼 잔소리도 하지않고, 조용한 목소리로 대답하며 커피가 든 잔을 

내밀었습니다.

커피를 마시며 제가 담배 한 대를 다 피울 때까지, 제 앞에 앉은 아내는 말 없이 테이블 위에 눈을 둔 채 조용히 있었습니다. 

창백한 아내의 얼굴은 그녀가 말한 대로 몸이 좋지 않은 듯 보였고, 흘러내린 머리카락이 몇 가닥 흐트러져 뺨에 달라붙어 

있었습니다.

그런 그녀의 모습을 엿보는데, 아내가 불쑥 입을 열었습니다.


"춘식씨와... 이야기를 해 보았나요?"


애써 아무런 일도 아닌 척하며 묻는 목소리가 오히려 아내가 지금 심한 불안감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느끼게 했습니다.


"...응."


저는 대답하고, 짧아진 담배를 비벼 껐습니다.


"그래서... 춘식씨는 왜 이 곳에...?"

"아니... 그건 아까 춘식이가 말한대로야. 개인사정으로 우연히 휴가가 생겼다는 게 정말인 것같아." 


...제수씨를 안고 싶어. ...이 곳에서. ...다시 한번.....


"그래요...?" 


중얼거리 듯 말하며 아내는 무릎 위에 놓인 두 손을 살짝 포개었습니다.

한 마리 학처럼 고아하게 고개를 숙인 모습으로 가만히 무언가 생각에 잠겨 있는 아내..... 

그런 쓸쓸해 보이는 듯한 아내의 모습을 바라보면서 저는춘식이 말을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나완 속궁합도 잘 맞고, 조이는 맛이 끝내줬지. 

....섹스 할 때 내는 신음소리도 최고였고. 


제 마음 속에선....... 

...제수씨, 요즘도 그런 소리를 내냐? 

...정말 부럽다, 네가. 


그... 목소리가 그 말이...

....누구보다 원했던 것은 너잖아.


이명처럼 계속 울리고 있어서. 

...차라리 죽고 싶어할 정도로 즐기게 해주지. 

...바꿔 줄게.


"다신 절 속이지 말아주세요." 


갑작스런 아내의 말에 제 의식은 현실로 돌아왔습니다. 


"응? 뭐라고?"


아내는 등을 꼿꼿이 펴고 두 눈으로 똑바로 저를 바라보고 있었습니다.


"작년 같은 마음은 두 번 다시 겪고 싶지 않아요."


저를 바라보는 맑게 가라앉은 그녀의 눈동자.


"저에게 숨기는 그런 일은 다시는 하지 말아 주세요."


그 눈동자가 서서히 젖어 가는 것이 제 눈에 비쳤습니다.


"저는 이대로가 좋아요. 이대로가 좋다구요."


저는 무의식적으로 아내의 이름을 부르고 있었지만, 그 목소린 너무 작아서 그녀에겐 들리지 않는 모양이었습니다.


"왜...? 왜 안 되는 거죠? 이대로 둘이서 조용히 살 수 있다면 그것만으로 충분한데. 그것만으로도 행복한데... 흑."


아내의 목소리톤은 여전히 온화한 그대로였지만, 제 눈에 비치는 아내의 몸은 점점 작아지고 희미해지는 것같았습니다. 

저는 자신도 모르게 의자에서 일어나 아내 옆으로 다가갔습니다. 

슬퍼보이는 아내의 얼굴을 뺨을 타고 흘러내리는 아내의 눈물을 바라보다 저는 바닥에 무릎을 대고 털썩 주저앉으며, 

그녀의 허벅지에 얼굴을 묻었습니다.


"미안해, 현수야. 정말 미안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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