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설] 좋은 아내 - 1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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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설] 좋은 아내 - 1편

[야설] 좋은 아내 - 1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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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하고 3년이 지날 무렵의 일입니다. 당시 저는 아내의 심중을 짐작 못하고 있었습니다.

정말로 저를 사랑하고 있는지 항상 의구심을 품고 있었습니다. 

아내, 현수는 저보다 다섯살 연하인 서른살로 날씬하고 여린 몸매에, 조금은 차가운 인상을 주는 얼굴을 가졌습니다. 

리를 지나는 남자들이 한번쯤은 고개를 돌려 다시 볼 정도의 미모를 가진 여자입니다.


부부 사이에 아직 아이는 없습니다. 아내와는 중매로 결혼했습니다. 

저는 맞선자리에서 처음 아내를 본 순간부터 아내의 단정한 외모와 나이에 맞지 않는 차분한 태도에 매료되어 그 후, 열렬히 

그녀를 쫓아다니며 구혼했습니다. 아내도 이런 저의 열정에 결국엔 저의 프로포즈를 받아들여 주었습니다. 

언제나 그렇듯이, 아내 특유의 감정을 읽어내기 어려운 얼굴로... 


결혼하고 바로 알았는데 현수는 아내로서는 나무랄 데 없는 여자였습니다. 

원래부터 일하는 것을 좋아하는 성격인데 회사를 그만두고 전업주부가 되어서도 집안일을 소홀히 하는 일이 전혀 없었습니다. 

또, 부부동반이 아니면, 아내 혼자서는 그녀의 친구들과도 놀러 다니는 일이 전혀 없었습니다. 


그러나, 저는 불만이었습니다. 아니, 불안했습니다. 

아내는 감정표현이 부족한 여자였습니다. 도대체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어떤 마음으로 있는지 알 수가 없었습니다. 

게다가 말수도 적었습니다. 제가 나름 신경써서 이것저것 대화를 시도해봐도 아내는 대체로 냉정하고 단조로운 말투로 

맞장구칠 뿐이었습니다. 아내라는 허수아비를 붙들고 얘기하고 있는 것 같아 저도 기분이 언짢아져 자연히 입을 닫게 됩니다. 


저 자신도 신중한 성격이라 말 많은 여자가 싫어서 처음에는 아내의 그런 조용한 분위기가 마음에 들었는데, 결혼하고 조금 

지나자 아내가 도통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 수가 없어서 마음에 부담을 느끼게 되어갔습니다. 

서로를 알기엔 교제기간이 짧았던 중매결혼이라 아내가 저를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지, 정말 저를 남편으로서 사랑하고 

있는지 궁금해졌습니다. 


부부 간의 애정을 확인하는 데는 섹스도 중요한 요소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그것도 잘 되어가질 않았습니다. 

제가 침대로 유혹하면 아내가 거부하는 일은 없었습니다, 

아내의 벗은 몸은 보는 것만으로도 황홀했고, 그녀의 산뜻하고 싱싱한 피부의 감촉은 최고였습니다. 

저도 처음에는 크게 흥분해서 아내의 굴곡진 여체를 상대로 침대에서 주도권을 쥐고 이런저런 체위를 구사하며 열정적으로 

관계를 가졌습니다. 

그러나, 아내는 그런 때조차 아주 냉정했고, 신음 소리도 상대방을 배려하는 듯한 예의상 형식적으로 내는 느낌이었습니다. 

마치 반응없는 헝겊인형을 껴앉고 저 혼자 흥에 겨워 허리를 놀리는 기분이 되어, 저도 차츰 허탈감을 느꼈고 즐거워야할 

아내와의 섹스가 맥빠지고 형식적인 성관계로 변해갔습니다. 


결혼 초에 저는 더없이 행복한 인간이었습니다. 그것이 어느새 항상 초조하고 짜증을 내는 인간으로 바뀌었습니다. 

그렇게까지 마음을 다칠 정도로 저는 아내의 사랑를 갈구하게 되었습니다. 

그러나, 불행히도 저도 아내 정도는 아니지만, 제 감정을 표현하는데 서툰 사람이었습니다. 

또, 아내가 성격상 적극적으로 표현을 못 했을 뿐 저에 대한 사랑을 늘 가슴에 품고 있었다는 중요한 진실을, 그 당시의 저는 

전혀 깨닫지 못했습니다. 그것을 알았더라면...


저희가 사는 아파트는 항상 아내의 부지런한 손길로 깨끗하게 관리되고 있어서 먼지 하나 떨어져 있지 않았습니다. 

그 완벽하고 평온한 정취는 정갈한 성격을 가진 아내의 노력때문이었지만, 당시의 저는 고마움을 느끼지 못했습니다. 

언제부턴가 집에 있을 때엔 편안하기보단 답답하다고 느끼게 되었습니다.


원래 저는 품행방정과는 거리가 먼 인간입니다. 

아내와 결혼한 당초에는, 무절제한 생활을 끊고 좋은 남편이 되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맹세했는데, 아내와의 원만치 못한 

결혼생활에 어딘가 뒤틀린 마음을 가지게 되면서, 차츰 저는 그런 기억마저 잊고서는 밤거리에서 술과 여자에 탐닉하는 

생활로 되돌아가기 시작했습니다. 

그런 저를 바라보는 아내의 눈동자에서도 역시 어두운 그림자가 점점 짙어지고 있었던 것 같습니다. 

그러나, 어떤 경우에도 그녀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고, 화를 내지도 않았습니다. 

그것이 저를 더욱 비틀린 마음을 갖게 만들었습니다. 

아내의 애정을 갈구하는 감정이 커 갈수록 아내는 저에 대한 그런 태도에 대한 분노가 저의 마음 속에서 점점 커지면서, 

어처구니없게도 아내의 그런 도도한 태도를 강제로라도 부셔버리고 싶다는 애증어린 욕망을 품게 되었습니다. 

저는 점점 황폐해져 갔습니다. 


어느 날 밤의 일이었습니다. 일을 마친 저는 초등학교때부터 친구였던 춘식이를 오랫만에 만나 함께 밤거리를 돌아다녔습니다. 

이 춘식이라는 녀석은 예전부터 뭔가 어두운 쪽으로 많이 놀던 친구였습니다. 

당시에는 명목상 호텔이사였지만, 사실상 호텔 주변 유흥가와 상가들을 관리하던, 일본의 야쿠자와도 관련있다는 소문이 

나돌던 폭력조직의 중간간부 였습니다. 

그런 일을 하고 있는 만큼 여자와 유흥업소들에 대해서는 빠삭해서, 어렸을 때부터 자주 녀석과 어울려 노는 법을 배우곤 

했습니다. 


"간만에 만났는데 너무 표정이 어두운데, 무슨 고민이라도 있냐?" 


춘식이의 말에 저는 고개를 들고 녀석을 바라보았습니다. 

술집의 어두운 조명 속에서 녀석의 예리한 눈이 가만히 이쪽을 보고 있었습니다.


"그렇게 티가 나냐? 여전히 눈치 하난 빠르구나."

"무슨 일인데?" 


저는 춘식이에게 아내와의 불화를 얘기했습니다.


"그래? 네 와이프가? 너에게는 과분한 사람이라고 생각했었는데."


춘식이도 제 결혼식에 왔었기에, 아내와는 안면이 있었습니다.


"그렇지만, 넌 예전부터 여자에게는 너무 약해빠졌어."

"임마, 그럼, 너처럼 아무 여자나 쑤시고 다니리." 

"흥, 자식이 아직 뭘 모르네. 어떤 년이건 자빠뜨리고 구멍 한번 시원하게 뚫어주면 그 다음부턴 꼬리흔들며 딸랑거리는 

강아지가 되는 거다, 임마." 


상스러운 웃음을 띠고, 춘식이는 술을 들이켰습니다.


"대단한 자신감이군"

"너야말로 왜 그렇게 비실거리냐, 물건이 이상한 거 아냐? 하긴, 양기 쪽쪽 빨릴 때지. 제수씨가 확실히 미인이었지! 

미인일 뿐 아니라 색기도 철철 넘쳤는데 말이지." 

"색기? 놀고있네, 그렇게 꽉 막힌 여자는 내 연애평생 본 적이 없구만." 


새삼 아내의 냉정한 얼굴이 떠올랐습니다.


"너, 모르는구나. 그런 도도한 느낌의 여자가 제일 섹스럽다는 걸. 특히 나같이 여자에게 도통한 달인에겐 말야."

"오, 그러셔?" 

"그래. 제수씨와 결혼한 것이 너라서 유감이다, 임마. 나였으면 제수씨의 여자로서의 성능을 최대한까지 끌어냈을 텐데말야." 


여자로서의 매력이라고는 하지 않고 성능이라고 말하는 것이 역시 여자를 우습게 보는 춘식이다운 말투였습니다.


"새끼, 지랄하고있네."


저는 농담하듯 말했지만, 내심 흔들리고 있었습니다.

밤 늦게 세번째의 술집을 나서며, 자 이제부터 뭘 할까 망설일 때였습니다. 갑자기 춘식이가 말했습니다. 


"너의 집, 여기서 가까웠잖아. 이번엔 너의 집에서 마시자."

"바보같은 소리 하지 마. 이렇게 늦었는데." 


그러나, 아내가 아직은 자지않고 저를 기다리고 있을 거라는 그런 확신을 갖고 있었습니다. 

지금까지 아무리 늦게 들어가도 아내는 먼저 자고 있거나 하는 일이 없었습니다.


"뭐 어때? 친구 한 명 밤늦게 데리고 간다고 네 와이프가 그런 것에 불평할 여자는 아니잖아."


춘식이가 수상쩍은 웃음을 지으며 말했습니다. 

상식적으로 아내가 그런 실례에 불쾌해 할 걸 뻔히 알텐데도, 자기 주장을 뻗데는 이 놈도 상당히 뻔뻔한 놈입니다.

결국 잠깐 눈씨름하다 패한 저는 피식 웃으며 춘식이를 집에 데리고 가기로 했습니다. 


아파트에 도착했을 때는 벌써 새벽 세 시가 넘고 있었습니다. 

열쇠를 돌려 문을 열자 예상대로 아내는 아직 깨어 있었고, 현관으로 마중 나오다 저를 뒤따라 들어오는 춘식이의 모습을 

보고 깜짝 놀라 멈춰 섰습니다. 


"친구 춘식이야."

"어이구 제수씨, 오랜만이네요, 결혼식 이후 처음 뵙겠습니다." 

"오늘 이녀석과 오랜만에 만난거라 집에서 한잔 하기로 했어. 술하고 안주 좀 부탁해." 


새벽 귀가에, 몰상식한 저의 말에도 아내는 싫은 기색 하나 없이 "알았어요."라고 한 마디만 하곤, 춘식이에게 가볍게 

인사하고 부엌으로 사라졌습니다.


"확실히 대단한데."


춘식이가 조용히 저의 귓가에 속삭였습니다.

저는 가슴에 차오르는 씁쓸한 기분을 가라앉힐 수 밖에 없었습니다. 


"제수씨도 함께 하시죠, 남자들끼리만 먹으니 분위기가 안 사네요, 하하."


안주를 내오고 나서 다시 부엌으로 가려던 아내에게 춘식이가 말을 걸었습니다.


"제가 술은 잘.. "


아내는 살며시 저를 바라봤습니다.


"...손님이 이렇게 말하는데, 일단 앉아."


제가 낮은 음성으로 말하자 아내는 고개를 숙인 채 조용히 제 옆에 앉았습니다.

춘식이는 히죽히죽 웃으면서, 그런 아내에게 끈끈한 시선을 보내고 있었습니다. 

저와 아내가 어색하게 앉아 있는데 비해, 춘식이는 불편함을 느끼지 못하는, 녀석 특유의 넉살을 떨며 자기 집인양 편한 

어조로 이것 저것 아내에게 말을 붙이고 있었습니다. 물론, 녀석의 어투는 평소와는 전혀 다른 정중한 것이었습니다. 


아내는 여전히 시선을 방바닥에 둔 채, 춘식이의 말에 짧게 답해 주곤 했습니다.

웬지 자포자기의 기분이 된 저는 자작하며 계속 술을 들이켰고, 결국엔 속이 안 좋아져 도와주려 따라나서는 아내를 손을 

저어 만류하곤 욕실로 갔습니다. 샤워를 하고 방으로 돌아오는데 살짝 열린 문틈 사이로 춘식이의 목소리가 들렸습니다. 


"수현이와는 잘 지내시나요?"


저는 복도에 멈춰 서서 안쪽을 향해 귀을 기울였습니다.


"...모르겠어요."


들릴 듯 말 듯 작은 목소리로 아내가 대답했습니다.


"미묘한 답변이군요. 친구로서 말하는게 아니라 수현이 녀석, 어딘가 멍한 구석이 있지만 인간적으로 괜찮은 남잡니다. 

대체 뭐가 문제일까?"


"아뇨, 아무런 문제도..."

"제수씨는 없어도 수현이는 있는 것 같던데요. 제수씨가 차갑다고 말하더군요. 일상생활에서도, 잠자리에서도요." 


춘식이의 노골적인 말에 제 뺨이 붉어졌습니다. 보이지 않는 지금 아내가 짓고 있을 표정이 궁금해졌습니다.


"섹스를 싫어하세요?"

"..." 

"수현이가 제수씨를 만족시켜주지 못하나요?" 

"..." 


아내는 대답하지 않았습니다. 더 이상 참을 수 없어진 전 문을 열고 방으로 들어갔습니다.

놀라는 아내의 얼굴. 한편, 춘식이는 태연한 표정이었습니다. 


"너, 뭐야?"

"별로. 니가 물어보고 싶어도 묻지 못하는 것을 내가 대신 물어 봤을 뿐이야." 

"너에게 그런 일 부탁한 적 없다." 

"그럼, 넌 니 와이프 대답을 듣고 싶지 않냐?" 


나는... 대답하려다 말문이 막혔습니다. 아내를 보았습니다.

아내 또한 저를 쳐다보고 있었습니다. 눈을 크게 뜨고 무언가를 호소하고 싶은 듯 입술이 떨리고 있었습니다. 

제가 말했습니다. 


"어때, 현수야? 너 나에게 만족하지 못하니?"


제 목소리가 아닌 듯한, 긴장감이 섞인 쉰 음성이었습니다.


"나로서는... 안 되는 거니?"

"그런 일은... 없어요!" 


아내는 대답했습니다. 도자기같은 미끈한 뺨을 붉게 물들이며 호소하듯 어느 때보다 감정이 실린 목소리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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