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를 하길래 쳐다보았더니 30대 중반쯤 되어 보이는 여자가 우리를 반긴다.
이런데서 일하는 여자라 좀 이상하지 않을까 생각했는데 의외로 점잖게 생겼다.
“이 친구가 제일 친한 친구 놈인데... 바이브레이터 좀 사려나 봐요. 좀 보여주세요.”
“그래요. 뭐 특별하게 찾으시는 거라도?”
“아뇨. 전 잘 몰라서...”
“그냥 누님 제일 잘 나가는 거랑, 누님이 추천 좀 해 줘 보세요.”
“호호호 그래요. 그럼. 우선 제일 많이 나가는 거는 이거에요. 한 번 보세요.”
그렇게 말하며 누님이란 사람이 3가지 정도를 내어 놓는다.
“이건 재질이 특수 고무라 굉장히 부드럽구요. 이것의 경우 3단까지 있구요.
이쪽은 5단까지 미세하게 조정이 가능해요. 그리고, 이것의 경우 클리토리스까지 자극이 가능한 거구요.”
“아 네... 근데 3단계 5단계는 뭔가요?”
“강도 조절이에요. 호호 이게 여자 안으로 들어가면 진동을 하게 되거든요. 그리고, 움직이기도 하구요.”
“아 네....”
모양들이 다 특이하고 신기하기만 하다. 사이즈도 다 각각이고 색깔도 장난이 아니다.
“기철아, 난 잘 모르겠다. 후후”
“그래? 그럼 내 생각인데. 제수씨는 아직 경험이 없으니까 5단계까지 있는 이게 어떨까 하는데 미세하게
조정하면서 너무 자극이 강하지 않게 하는 게 괜찮을 거 같은데..”
기철이가 그렇게 말하자 다시 그 물건을 쳐다본다. 정말 남자 성기처럼 생겼는데 보통사람의 실제 사이즈보다
커보였다. 색깔도 검은 색에 손잡이에 버튼이 있어 강도 조절을 하게 되어 있다.
손으로 만져보니 피부보다 더 부드럽다.
“그래 이걸로 하지 뭐.”
“그래? 후후.. 참 누님 크림도 있죠?”
“네 잠시만요.”
“크림은 뭐냐?”
“응 여자들 잘 안 젖거나 그러면 기분 좋게 하는 거”
“흥분제 같은 거?”
“네 크림타입이라 여자의 그 부분에 발라주면 잠시 후에 효과가 나타나요.”
“아 네.” 누님이 기철이 대신 설명을 해준다.
흉측하게 생긴 바이브레이터와 크림을 사서 밖으로 나오자 기철이 나에게 한 마디 한다.
“후후 기영아 나중에 잘 되면 우리도 파트너 함 바꿔보자.”
“뭐? 정말?”
“뭐 나중에...”
“짜식 정말로?”
“후후 너만 싫지 않다면...”
“음... 생각 좀 해보자”
“그래... 뭐 급하게 그럴 거는 아니니까!”
“음 그래... 어쨌던 고맙다. 덕분에 잘 샀다.”
“짜식 고맙기는... 그럼 조심해서 가라.”
“응 그래.... 너도 잘 들어 가구.”
“후후 제수씨 기쁘게 해주고 내일 보고 해라.”
“짜식... 바로 집으로 들어 갈거냐?”
“미쳤냐? 너한테 그런 소리 듣고, 여자친구 만나러 가야지.”
“하하하 알았다. 그럼 잘 가라.”
난 택시를 타고 집으로 향한다. 전화기를 보자 메시지가 하나 들어와 있다. 아내인줄 알았더니 기태다.
지금 잘 놀고 있다고 걱정하지 말라고, 나중에 모두 이야기 해준다고 되어 있다.
난 아내가 해주길 바랬더니. 메시지가 도착한 시간을 보니 8시 반이다.
지금이 10시 반이니까 두 시간 전에 온 것이다.
지금 집에 가면 아내가 와 있으려니 생각하고 어떻게 사용하지 하며 기대에 들뜬 마음에 집으로 향한다.
집에 도착해서 초인종을 누르자 대답이 없다. 열쇠를 따고 들어가자 어둠만이 나를 기다리고 있다.
아직 아내가 집에 오지 않은 것이다. 실망감이 앞서온다. 아니.. 괜시리 화가 치민다.
벌써 11시가 되어 가는데 아직도 들어오지 않다니...
난 내가 사온 물건을 침대 위에 던져놓고 옷을 벗고 샤워를 한다.
샤워를 하고 밖에 나와 간단하게 옷을 걸치고 다시 전화기를 본다. 시간은 11시 반 아직도 연락이 없다.
일단 내가 사온 물건을 침대 밑에 집어넣고 다시 전화기를 든다. 조금씩 불안해 진다. 무슨 사고라도...
전화를 하려 플립을 열자 초인종이 울린다.
“여보” 난 아내를 부르며 밖으로 뛰어 나간다.
“네 저에요.” 아내의 목소리가 들린다. 난 빠르게 문을 열며 한소리 한다.
“뭐야 연락도 안하고 걱정했잖아”
“미안해요.” 아내가 그대로 안방으로 들어가 버린다.
뭐야 이거. 저게 미안해 하는 거 맞아! 좀 전에 걱정이 사라지고 다시 화가 난다.
난 어이가 없어 하며 안방으로 들어가자 아내가 샤워를 하고 있다.
‘나오기만 해봐라’
한 참을 벼르고 있자 아내가 물기를 닦으며 밖으로 나온다.
난 침대에 앉아 그런 아내를 바라본다.
“미안해요. 제가 많이 늦었죠?”
“뭐야. 정말 미안한 거 맞어?” 난 좀 언성을 높인다.
“정말 미안해요.”
“연락이라도 자주 좀 하지? 걱정했잖아!”
아내는 미안하다는 말을 하며 물기를 다 닦더니 그대로 침대로 들어가 버린다.
“뭐야. 지금.”
“여보 정말 미안한데요. 저 너무 피곤하거든요. 우리 낼 얘기하면 안 될까요?”
“뭐야?”
“여보...”
“어이가 없네. 내가 늦은 것 때문에 그러는 게 아니잖아.”
“여보 낼 얘기 할 테니까. 좀 봐줘요.”
“참나 그럼 왜 그렇게 연락을 안 했는지만 얘기해봐”
아내가 다시 일어나더니 나에게로 다가온다. 난 화가난 상태라 그런 아내를 그냥 쳐다만 볼 뿐이다.
아내는 조용히 나에게 안겨오더니
“여보 정말 미안해요.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서 연락 못했어요?”
“그게 말이 돼?”
“오늘 기태씨 원룸에 갔었어요. 그래서... 너무 부끄럽고 당신한테 연락하기가 겁이 나서...”
쿠궁... 기태의 원룸에... 이건 또 무슨 말인가?
“그럼 지금까지 기태 원룸에 있다가 온거야?”
“네.”
“근데 왜 연락을 안해? 내가 얼마나 걱정한 줄 알어?”
“흑... 미안해요. 여보” 아내가 눈물을 터트린다.
“...”
“미안해요. 여보! 저 좀 안아 줘요.”
뭐야 이건 안아 달라니... 하지만, 아내의 눈물을 보자 화가 풀리며 마음이 아파온다.
“무슨 일 있었어?” 난 조용히 아내에게 물어 본다.
“아뇨... 그게 아니라... 제 반응이 너무 겁이 나고 무섭고... 그래서 흑흑...
당신한테 연락하는 것이 죄스럽고... 엉엉”
‘뭐야 이거! 그럼 기태네 원룸에 가서 관계를 가진 거 까지는 알겠는데 도대체 얼마나 흥분했길래 저런 말을...
’ 난 너무 궁금하였지만 울고 있는 아내에게 더 이상 질문하기가 미안했다.
“뭐 어쨌던 그렇다면 아무 일 없었던 거지?” 질문하고 보니 질문이 우습다.
외간 남자와 몸을 섞고 왔는데 아무 일 없었냐니?“
“엉엉 네...”
“그럼 됐어. 난 또 늦고 연락도 없고 하니까 무슨 사고 난 줄 알고 걱정했잖아."
"흑흑 미안해요. 여보 정말 미안해요. 급하게 온다고 왔는데...
빨이 와야 된다는 생각만 하고 다른 생각은 안 떠오르는 거에요. 당신 얼굴만 생각나고..."
"그래 알았어. 그럼 내일 얘기 듣기로 하고 자 그럼."
그제서야 난 아내의 어깨를 토닥여 준다.
많이 궁금하지만 더 이상 대화를 나눈다는 것도 무리일 것 같고 어차피 아내도 나도 내일 출근해야하지 않는가!
아내는 나에게 더욱 깊이 파고들더니 나에게 키스를 해달라고 조른다. 참 어이가 없다.
하지만, 난 아내를 부드럽게 안고 키스를 해주면 침대로 눕혀준다.
그래도 아내는 나를 놓지 않으려는 듯이 나를 꼭껴안고 있다.
"자 이제 자" 난 아내의 팔을 풀려고 하자 아내는 떨어지지 않으려는 듯 더욱 나에게 안겨 오는 것이다.
"여보 이러면 불편하니까 내가 누워서 안아 줄게"
그제서야 아내의 팔에 힘이 빠진다. 난 누워서 아내에게 팔을 뻗자 아내가 바로 나에게 안겨온다.
그리고 ,깊숙이 깊숙이 나의 가슴에 얼굴을 묻어오는 것이다.
그런 아내를 안쓰럽게 바라보며 머리를 쓰다듬어 주자 아내는 피곤했던지 이내 잠에 빠져든다.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기에? 아내가 저리도 피곤해 하며 울기까지 하는 것인가!'
오늘은 잠이 올 것 같지 않다. 2시까지 뒤척이다 겨우 잠이 들었다.
아침에 아내의 얼굴을 보니 그냥 무덤덤하기만 했다. 우린 별말 없이 아침을 먹고 아내는 연수로 난 회사로 왔다.
하지만, 오늘 하루 종일 아내 생각에 일이 제대로 되지 않는다.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길래?' 계속 그 생각 뿐이였다.
퇴근하기 전 메일을 확인하니 박실장에게서 메일이 와있다. 거기에 사무실 주소를 보고 퇴근 준비를 하였다.
그리고, 아내에게 전화를 걸어 오늘 약속에 있어 조금 늦게 들어간다고 하자 아내는 그냥 알았다고만 한다.
'이게 아닌데' 하는 생각이 내 머리를 감싼다.
차를 몰고 박실장이 보내준 주소를 찾아 간다. 의외로 사무실은 강남에 있었다.
5층짜리 건물에 외관상 고급스러워 보였다. 안으로 들어서자 일반 사무실 같은 분위기다.
아가씨 하나가 어떻게 왔는지 나에게 물어 본다.
난 박실장을 만나러 왔다고 하자 아가씨가 내 이름을 말하며 내가 맞다고 하자 나를 2층으로 안내한다.
2층에 들어서니 박실장이 책상에 앉아 있다.
"실장님, 최기영씨 입니다."
"아 어서오세요. 찾기 어렵지 않으셨나요?"
"아니요. 별로... 중심가에 있어서 그런지 찾기가 쉽던데요."
"네 하하 다행이네요. 미스 김 차 좀 내와요. 최기영씨는 뭘로?"
"전 그냥 커피로 하겠습니다."
"그래요. 그럼 커피 두 잔"
"네 알겠습니다."
아가씨가 나가자 박실장이 나를 소파에 앉게 한다. 보기에도 비싸 보이는 소파에 앉자 편안하게 느껴진다.
"어떻게 여행은 잘 다녀오셨습니까?"
"네 덕분에..."
"하하하 그러세요."
"저 오늘 무슨 일 때문에...?"
"뭐 최기영씨도 연락하고 싶다고 하셨는데 제가 먼저 말할까요? 최기영씨가 먼저 말하시겠습니까?"
가만히 생각을 해보니 어차피 그만 둘 거면 박실장의 다음 스케줄을 듣고 있는 것도 의미가 없을 것 같다.
더구나 오늘은 빨리 들어가 아내의 얘기를 듣고 싶은 것이다.
"그럼 제가 먼저 얘기하겠습니다."
"그러시죠."
그때 아가씨가 다시 들어오며 커피를 놓고 나간다.
"자 커피를 드시면서 천천히 말씀하세요."
"네 그럼..."
난 커피를 천천히 마시면서 말을 시작한다.
"저 사실 이 서비스 이제 그만 두었으면 하구요."
그러자 박실장은 씨익 웃더니....
"왜요? 맘에 안드셨어요?" 하고 물어 온다.
"아뇨. 그게 아니라 이제 아내에게 그런 것이 필요 없을 것 같아서요."
"아.. 그러세요. 하하하"
'왜 웃는 거지? 기분 나쁘게'
그런 생각을 하고 있는데 박실장이 말을 하기 시작한다.
"저기 최기영씨"
"네?"
"음 지금부터 제가 하는 얘기 잘 들어 보세요."
난 혹시 박실장이 서비스를 중간에 그만 둘 수 없다거나 괜한 협박을 하는 게 아닌가 하고 긴장하였다.
"네 무슨?"
"사실 좀 기분 나쁘실 수도 있는데 이것도 다 저희 프로그램의 하나라고 이해해 주세요."
"도대체 무슨?"
"네 그럼 지금부터 말씀 드리겠습니다. 사실 기태와 소영이는 저희 직원입니다."
"네? 그게 무슨?" 난 깜짝 놀라고 말았다. 몽둥이로 뒤통수를 강하게 한 대 얻어맞은 듯 머릿속이 새하얗게 변한다.
"후후 좀 놀래셨나 봅니다."
"아 네. 생각지도 못한 거라..."
"네 그러실 겁니다. 그게 우리 프로그램의 성격이구요."
"아 네. 그럼 기태와 소영이가 한 얘기가 다 거짓말인 거군요?" 기태와 소영이에게 화가 나기 시작한다.
나와 아내는 진심으로 대했는데 그 애들은 거짓이었다니.
"뭐 어떤 얘기를 한지는 잘 모르겠지만 두 사람 신상에 관련된 것은 그렇다고 봐야죠."
"음..."
"사실 최기영씨가 2단계까지 프로그램을 선택하였을 때 저희쪽에서도 많이 고민 했었습니다.
아내분께서 워낙 보수적인 것 같아서 꽤 힘들 것 같았거든요."
"네..."
"그래서 자연스럽게 다가가는 방법을 택한 거구요. 최기영씨에게 미리 알려주면 어색해지는 부분이 발생할까봐
미리 말씀 드리지 못했습니다. 이점 양해해 주시구요."
"네..." 난 네 밖에 말이 떠오르지 않는다.
이제야 모든 것이 환해지는 느낌이다. 소영이가 왜 그렇게 뭔가를 말하려고 했는지 자기를 나쁘게 생각하지 말아
달라고 했는지 말이다. 그 생각을 하자 어쩌면 소영이는 진심이였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충격이 크셨나 보네요. 잠시 생각할 시간을 드리겠습니다.
한 10분 후에 다시 들어 올 테니 그 동안 마음을 가라앉히시기 바랍니다."
"아 네..." 박실장이 자리에서 일어나더니 조용히 밖으로 나간다.
혼자가 되자 난 편안함을 느끼며 하나하나 생각하기 시작한다.
하지만, 생각할 수록 놀림당한 것 같기도 하고, 화도 나고 머릿속이 너무 복잡하다.
아니 어쩌면 박실장 말처럼 내가 모르고 있었기 때문에 더 흥분되었고, 자연스럽게 흘러 갔는지도 모르겠다.
정말이지 영화에서나 나올 법한 그런 상황에 온몸이 오싹해짐을 느낀다.
정말이지 대단한 사람들이다. 사기를 치려고 해도 사람 하나 바보 만들기 우습겠구나! 난 그런 생각을 해본다.
어쨌던 그렇다면 지금까지 계약대로 서비스가 이루어 진 것이고, 이제 계약이 완료된 상황이란 말인가?
그럼 아내에게는 어떻게 말해 줘야 할까? 그리고, 어제 기태의 행동은 또 뭐란 말인가?
계약이 만료 되었다면 자기가 여기 직원이라면 더 이상 나의 아내를 만나면 안되는 상황 아닌가!
괴씸하면서도 화가 난다.
내가 너무 흥분한 탓일까! 10분은 금방 지나가며 박실장이 다시 들어온다.
"어떻게 안정 좀 되셨습니까?"
"아네.. 솔직히 진정이 잘 안되네요."
"네 그러실 겁니다. 사실 우리 서비스란 것이 참 미묘한 부분이 있는 것도 사실입니다.
민감한 부분을 건드리는 것도 사실이구요.
그래서 어느 정도 확실한 성과가 나오지 않으면 계약한 분 입장에선 사기 당한 느낌이 드는 것도 사실이구요.
그래서, 부득이 말씀 안 드린 부분도 있습니다.
그리고, 그 편이 차라리 더 편안하고 자연스럽게 흘러가지 않았나 합니다."
"네 그 부분은 이제 충분히 공감을 하고요. 이해가 갑니다.
하지만, 집에 돌아가서 아내에게 뭐라고 말해야 할지! 그게 많이 고민 되네요."
"아! 물론 그 점은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보통 이럴 때 2가지 경우가 있는데요.
하나는 남편분이 솔직하게 아내에게 모든 걸 말하는 경우가 있구요.
두 번째, 끝까지 비밀로 가는 경우가 있는데요.
그럴 경우에는 저희가 자연스럽게 거기에 관계된 사람들이 헤어지도록 하고 있습니다."
"자연스럽게 헤어지도록 한다는 건 어떤 거죠?"
"뭐 여러 가지 경우가 있습니다만 대체로 이 후로 몇 번 더 자연스럽게 만나다가 헤어지게 만드는 것이죠.
왜.. 유학이라던가 전근, 군대, 결혼 등 이유야 만들면 되는 것이구요."
"아 네... 정말 대단하시네요. 솔직히 너무 놀랐습니다."
"하하 다시 한 번 사과드립니다. 참.. 그리고, 확인하고 싶은 것이 있는데 결과는 마음에 드십니까?"
"네? 네... 뭐 만족합니다. 그러니까 그만두려고 했던 것이구요."
"네 다행입니다. 그리고, 여행 마지막날 계곡에 한 팀을 보내 드렸었는데 그냥 보내 버리셨더군요."
"그건 무슨 말이죠?" 난 놀란 듯이 다시 물어 본다.
"아 네 사실 이건 최기영씨에게 드리는 서비스 차원에서 커플을 보내 드린 거였거든요."
"네? 그럼 소영이도 그 사실을 알고 있었나요?"
"아뇨. 그렇지는 않습니다."
"그럼 그 서비스라는 게 뭐죠?"
"하하 그게 그냥 훔쳐보는 데서 끝나는 게 아니라 그렇게 최기영씨가 도망치듯 사라지지 않았으면 아마 4명이서
즐기실 수도 있었을 겁니다."
"아 네..." 정말 이럴 수도 있는 거구나. 사실 황당하기만 하다.
그러면서도 여기에서 일하는 사람들 아니 이 계획을 세우고 실행한 사람 아니 이 사업을 시작한 사람이 너무나
대단하다고 생각되었다.
"이제 충격이 좀 가라 앉으셨나요?"
"아 네. 완전히는 아니지만 어쨌던..."
"그럼 기태와 소영이 들어오라고 그러겠습니다."
"네? 지금 여기 있나요?"
"네 지금 밖에 대기하고 있습니다."
"아 네..."
어차피 봐야할 얼굴들 아닌가.
그리고, 앞으로 더 이상 보지 않더라도 자연스럽게 헤어지도록 하기 위해서는 몇 번은 봐야할 얼굴들이다.
그러자면 말도 맞춰야 할 것이고...
"김기태씨 이소영씨 들어와요." 문이 열리고 기태와 소영이가 들어 온다.
"형님 안녕하세요."
"안녕하세요."
"으음 그래.."
"저 그럼 세분이 말씀 나누시구요. 전 나가 보겠습니다."
"그럼 이제 끝난 건가요?"
"네 더 원하시는 것이 있으시면 나중에 연락 주시구요. 참, 나중에 안정되시면 다시 한 번 방문해 주세요.
그럼 전 여기서 인사 드립니다."
"네 그럼..."
박실장이 나가고 우리 세명은 뻘쭘하게 앉아 있다. 그러자 소영이가 먼저 입을 뗀다.
"저기 형부 죄송해요."
"후후 아직도 형분가? 이거 뭐라고 불러야 할지 참"
"그냥 소영이라고 부르세요."
"그래도. 이제 여기 직원이란 걸 알았는데..."
"괜찮아요. 아니 그냥 소영이라고 불러 주세요."
"그래 그럼..."
"형님 저도 그냥 기태로 불러 주세요."
"흠... 일단 그러자, 우리 어색하게 여기서 이러지 말고 밖으로 나갈까?"
"네 그래요."
우린 밖으로 나와 술집으로 향한다. 아무래도 술을 한잔 해야만 할 것 같아서다.
"기태야 조용하게 술 마시면서 얘기하고 싶은데 어디 아는데 없냐?"
"음 글쎄요."
"저기 형부! 형부라 불러도 되죠?"
"응 뭐 그래 그러자."
"제가 한 곳 아는데 있는데요."
"그래?"
"여기서도 그리 안 멀고 룸으로 되어 있어서 얘기하기도 편할 거에요."
"그래 그럼 그리로 가자"
어차피 주차도 해야 하기 때문에 그냥 차는 박실장 오피스에 놔두고 걸어가기로 하였다.
걸어가는 동안 우리는 아무런 말이 없이 그냥 가기만 하였다. 술집에 들어서서 룸으로 들어간다.
주문을 하고 술이 나오자 우린 모두 원샷을 한다.
"형님 화 많이 나셨죠?"
"음 조금..."
"그러실 거에요."
"뭐 이해는 되는데, 모두 다 거짓이였다고 생각하니까 그게 많이 화가 난다."
"형님 그건 아니에요. 소영이와도 얘기해 봤지만 정말 형님하고 누님 많이 좋아합니다.
다른 사람들과는 다른 거 같아요."
"글쎄 지금은 좀 못 믿겠다. 후후"
"아니에요. 형부 정말이에요. 저 형부 많이 좋아해요."
"그래... 후후후" 난 지금 무슨 말을 해도 귀에 들어오지 않는다. 서비스에 대해 화가 난 것이 아니다.
서비스에 대해 만족하고 있다. 아니 좀 무섭기까지 하다.
하지만, 그 안에 포함된 기태와 소영이가 거짓이 였다는 것이 나를 화나게 한다.
그래서 술을 계속 마셨다. 그런 나에게 맞춰 기태와 소영이도 술을 마신다.
꽤 얼큰하게 취하자 난 속에 담은 말을 하기 시작한다.
"나 사실 말이야. 너네 둘 많이 좋아했다. 그래서 아내랑 그렇게 해도 기분 나쁘지 않았구"
"네..."
"근데 말이야. 오늘 보니 그게 모두 다~ 거짓이라 이거야... 내가 얼마나 속상한 줄 아니?"
"아니에요. 정말... 우리도 진심이였어요."
"후후 솔직히 지금 니들이 무슨 말을 해도 귀에 잘 안들어 온다."
난 급히 마신 술에 혀 꼬부라진 소리를 하고 있다.
"형님 저희가 어떻게 했으면 좋겠어요?"
"어떻하긴 뭘 어떻게 해. 하~ 참, 사실 난 너희들과 계속 좋은 관계를 유지해 가고 싶었는데 말이야. 커윽"
"저기 형부 술 많이 드신 거 같으니까 그만 드시구요. 조만간 절 다시 한 번 따로 만났으면 좋겠어요?"
"내가 너를? 내가 왜 만나?"
"그러시지 마시구요. 다음에 꼭 다시 한 번 만나요. 제가 전화 드릴게요."
"흠 다 필요 없어."
"이거 어쩌지?"
"소영아 내가 오늘 형님이랑 술 마시면서 풀어 볼 테니까. 넌 나중에 형님하고 따로 만나던가 해라."
"그럴까?"
"그래 그게 낫겠다. 오늘 아무래도 얘기도 안 될 거 같고."
"알았어. 오빠 그럼 형부 좀 부탁할게. 집까지 잘 바래다 드리고..."
"그래. 걱정마"
"저 형님 우리 이제 나가시죠?"
"응? 나가? 그래 나가자"
난 비틀 거리며 자리에서 일어서서 밖으로 나간다.
카운터에서 내가 계산한다고 하였더니 오늘은 회사에서 내는 거라며 기태가 카드로 계산을 한다.
밖으로 나와서 소영이는 먼저 가보겠다며 인사를 한다. 그리고, 내 옆으로 오더니....
“형부 괜찮아요?”
“으응. 내가 좀 취하긴 취했나 보다.”
“그래도 지금부터 제가 하는 말 기억해 주길 바래요.”
내가 소영이를 취한 눈으로 물끄러미 바라보자
“저 정말 형부 좋아해요. 그러니까 꼭 연락 한 번 주세요. 아셨죠?”
“으응... 그래”
“그래요. 그럼 술 적당히 드시구요. 조심해서 들어 가세요. 저 먼저 갈게요.”
“그래 너도 조심해서 들어가라.”
소영이가 떠나고 기태가 나에게 온다.
“술 한 잔 더 괜찮으시겠어요?”
“으음... 뭐 간단하게 맥주라면...” 사실 취한 건 사실이지만 정신을 놓을 정도는 아니다.
그리고, 밖으로 나와 바람을 쐬었더니 한결 낫다.
“그럼 이 근처 어디 가시죠? 차는 이따가 제가 아는 대리운전 불러 드릴게요.”
“으응 그래”
우린 근처 호프집으로 들어갔다. 안에 들어서서 간단하게 맥주를 시키고 마른안주를 시켰다.
“여기 시원한 얼음 물 좀 주세요.”
글라스에 얼음이 띄워진 물잔이 나오자 기태가 나에게 마시라고 준다.
시원한 물잔을 들이켰더니 정신이 한 결 나아진다.
“좀 전엔 내가 너무 급하게 마셨나 보다.”
“이해해요. 충격이 크셨을 테니까요.”
“뭐 충격이라기 보다 많이 놀랐다. 놀림 받은 거 같기도 하고...”
“형님... 그냥 이렇게 생각하시면 안되요?”
내가 기태를 쳐다보자 말을 이어간다.
“형님은 그냥 돈 내시고 서비스를 받으신거고 그 서비스에 만족하신 거잖아요.”
“그야 그렇지”
“그럼 욕쟁이 할머니 집에 가서 보리밥을 사먹던 어쨌던 나온 요리만 맛있으면 할머니가 욕을 하던 어쨌던 된 거
아닌가요?”
“으음... 뭐 일부러 그런 곳 찾아가는 사람들도 있다고 하더라만 하여간 좀 진정이 안되는 건 사실이다.”
“그래도 첨보단 많이 괜찮아 지셨죠?”
사실이다. 아까 박실장에게 얘기를 들을 땐 많이 놀란 거도 사실이고 조금 불쾌했던 것도 사실이였다.
하지만, 술을 마시며 속마음을 얘기해 버렸더니 어느 정도 풀리는 것도 사실이다.
왜 마음속에 담고 있던 말을 친구에게나 누구에게 해 버리면 속이 시원하듯이 말이다.
“뭐 이젠 괜찮은 거 같다.
가만히 생각해 보니 박실장 말도 맞는 거 같고 뭐 놀란 건 사실이지만 지금 아내에게 만족스러운 것도 사실이고...
근데 한가지 어제 너의 행동은 좀 이해가 안된다.”
“네... 누님 만난거요?”
“그래... 만약 니가 여기 직원이였다면 넌 여행을 갔다오면서 일이 끝난 건데 어제 일은 상당히 개인적인 거 같거든...”
“음 그 말은 좀 다르긴 한데요. 아까 박실장님이 형님께 만족하셨는지 물어 보지 않던가요?”
“응 물어 보더군.”
“형님은 뭐라고 답하셨어요?”
“뭐 좀 기분은 안좋지만 서비스 자체는 만족한다는 식으로 말했지.”
“네 그건데요. 형님이 만족하셨다라고 얘기했기 때문에 일이 끝난 거거든요.
만약 형님이 만족스럽지 못하다고 하셨으면 아마 지금도 진행중일겁니다.”
“흠... 그런 거냐?”
“네... 그러니까 어제 누님을 만난 건 겉으로는 개인적인 행동이 아닌거죠?”
“겉으로는?”
“네... 저 형님! 솔직하게 말해도 될까요?”
“음 그래. 지금 여기서 말 못할게 뭐 있냐?”
“네. 사실 어제 다분히 개인적인 행동입니다. 저 누님이 너무 마음에 들거든요.
여행 갔다와서도 계속 생각나더라구요.”
“음...”
“그래서 그랬던 거구요. 기분 나쁘셨다면 죄송합니다.”
“뭐 어제 니가 아내랑 만났다는 게 기분 나쁜게 아니였으니까. 사실 내가 만나라고 한 거고...
니가 여기 직원만 아니였다면 말이지...”
우린 테이블에 올려진 맥주잔을 기울였다. 시원한 맥주가 나의 목을 톡 쏘면서 꿀꺽꿀꺽 넘어 간다.
“저기 근데 어제 무슨 일이 있었기에 와이프가 그러는 거냐?”
“아 어제요?”
“응 내가 어제 얼마나 걱정했는 줄 아냐? 연락도 없지 늦게 들어오지... 난 무슨 일 있는 줄 알고...”
“죄송합니다.”
“그리고, 그건 그렇다 치고 아내가 많이 충격받은 모습이던데... 왜 그런거냐?”
“네 사실 어제 누님을 심하게 괴롭히기는 했죠. 근데 그것만이 이유는 아닌거 같아요.”
“무슨 혹시 너 못할 짓 한거 아니냐?” 난 순간 욱하며 치밀어 올랐다.
그 모습을 보며 기태가 조금 놀라더니 손사레를 치며 아니라고 말한다.
“아니에요. 형님 절대로 그런 일은 없습니다.”
“근데 와이프가 왜 그래?”
“이건 제 생각인데요. 누님이 지금 혼란을 격고 있는 거 같습니다.”
“무슨?”
난 대충 짐작이 갔지만 기태에게 물어 보았다.
“누님 성격은 형님이 더 잘 아시잖아요.
근데 지금까지 생활해왔던 자신의 가치관이 자꾸 무너지려고 하니까 그게 겁이 나신 거 같아요.”
“좀 더 구체적으로 얘기 해봐.”
“네 그러니까. 누님의 가치관에서는 누님의 상대는 형님밖에 없는 거죠.
즉, 섹스 상대는 결혼 한 상대밖에 안된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여행에서 그게 무참히 깨졌잖아요?
여행에서야 우리 4명 전체적인 분위기가 그랬으니까 그 분위기에 휩쓸렸다고 생각합니다.
“음... 그렇지”
“근데 이제 다시 사회로 돌아 온 거잖아요? 누님도 제 정신으로 돌아 왔을 거구요.
그러다 보니 몸의 반응에 당황스러워 하고 있는 거죠.
형님밖에 안되는 섹스를 다른 남자인 저와 하게 되면서 몸이 느껴 버린 거에 대해 아니 어쩌면 자신이 거기에
빠져들까봐 그걸 걱정하는 거 같아요.”
난 기태의 얘기를 들으면서 맞는 말이라고 생각 되었다.
사실 주말 동안 나에게 보인 반응이야 어쩌면 당연한 반응이였던 것이다.
난 남편이고 자신의 남자라고 생각했을 테니. 하지만, 기태는 다르지 않은가!
“음 그래. 근데 아내가 걱정이다. 저러다 잘 못 되는 건 아닌지.”
“뭐 방법은 한 가지 밖에 없는 거 같습니다.”
“무슨?” 난 방법이 있다는 기태의 말에 기대에 찬 눈으로 기태를 바라본다.
“사람이라는 게 참 간사한 동물이잖아요. 환경에 적응하는... 즉, 익숙해져 버리면 무덤덤해져 버린다는 거죠.”
“그럼 니말은 이런 일을 더 많이 만들자고?”
“네 물론 형님이 판단하실 일이지만요.”
난 기태의 얘기를 들으면서 점점 정신이 또렷해짐을 느낀다.
그리고, 왠지 기태의 말들이 일리가 있다는 생각이 든다.
그렇다. 사람은 한 번 하기가 힘들지 두 번 세 번 하게 되면 그것도 쉬워진다.
지금은 아내가 많이 혼란스러워 하고 있지만, 차츰 괜찮아 질지도...
하지만, 아내가 이런 것에 너무 익숙해져 버리는 것도 걱정스럽다.
왜.. 바람난 여자들 물불 안가린다고 하지 않던가! 좋은 방향으로 되면야 괜찮겠지만...
“형님 누님 얘기 듣고 싶지 않으세요?” 기태 녀석이 씨익 웃으면서 나의 호기심을 자극한다.
그렇다. 잠시 잊고 있었지만 내가 무척이나 알고 싶어 하는 내용인 것이다.
“음 지금 얘기하게?”
“네.. 형님만 괜찮으시면요.”
자식 그냥 얘기하면되지 꼭 나에게 강요를 한다.
“응 해봐” 난 목이 타 다시 한 번 맥주를 나의 목으로 넘긴다.
“네 그럼 첫날부터 얘기하는 게 좋겠죠? 형님하고 소영이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