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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설] 좋은 아내 - 2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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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현씨의 부인은 어떤 분이세요?"


벌써 많이 취한 듯한 지윤씨가 혀 꼬부라진 말투로 물어본 것에 제가 답하기 전에 춘식이가 선수치며 말했습니다.


"미인으로 굉장히 섹시한 사람이야."

"자기가 그렇게 칭찬하다니 별일이네. 혹시 반한거야?" 

"아아. 수현이가 부럽다." 

"뭐라는 거야?" 


저는 쑥스러워 다른 쪽을 보며 딴청을 피웠습니다.


"너에게도 이렇게 옆에 멋진 분이 있잖아."


제 말에 춘식이와 지윤씨가 순간 서로 얼굴을 쳐다보더니 웃음을 터트렸습니다.


"하하하, 너 오해했구나. 우리들 그런 깊은 사이 아니다. 

물론, 가끔 사적으로 만나 데이트를 하긴 하지만. 나와 지윤인 엄연히 공적으로 기브 앤 테이크만 하는 관계라구. 

이쪽 세계가 사랑하는 사람을 옆에 두고 일하기엔 조금 살 떨리는 일이 많거든."


"너, 독점욕 같은 것은 없는거냐?"

"없어. 남자건 여자건 각자 특정상대에만 얽매이는 건 너무 고루하쟎냐. 

요즘에는 부부나 커플끼리 스와핑하며 즐기는 일도 공공연한 일이고." 


"글쎄, 난 너와 달리 그런 일들은 본 적이 별로 없어서. 애정없이 가볍게 즐기는 건 좀 그렇다."

"머, 범생이였던 너야 그렇긴 하지." 


춘식이는 진지한 표정으로 그렇게 말하더니, 문득 무슨 좋은 생각이 떠오른 듯 싱긋 웃으며 지윤씨를 쳐다봤습니다.


"이 녀석한테 그걸 보여줘 볼까?"

"뭘?" 

"어제 너 찍은 거말야." 

"아잉, 자기도 참." 

"야, 임마, 뭐 어때? 이런 순진한 놈에게 신세계를 보여주는 것도 좋은 일하는 거라고, 너 복받을 거다, 하하." 

"아잉, 부끄러운데... 자기 맘대로 해." 


얼굴을 붉히던 지윤씨의 동의를 얻자 춘식이가 말했습니다.


"이따 너한테 메일 보내마. 아마 몇일 밤잠 좀 설칠꺼다, 큭큭."

"뭔데?" 

"뭐긴 임마, 좋은거지, 하하." 


어리둥절한 저를 보며 춘식이와 지윤씨는 킬킬거리며 의미심장한 시선들을 주고 받았습니다.


"무슨 일 있어요?" 


그 목소리에 저는 문득 정신이 들었습니다. 침대 옆을 보자 아내가 이상하다는 눈빛으로 저를 바라보고 있었습니다. 

시트에 절반정도 가려진 알몸의 유방이 매혹적으로 빛나고 있었습니다.


"아니, 아무것도 아냐."


그날 집에 돌아와서 아내와 한창 섹스를 하는 와중에도, 저의 머릿 속에선 춘식이가 말한 것들이 빙빙 돌고 있었습니다. 

그날 밤 일을 계기로 일상 생활에서도, 잠자리에서도 보다 가까워지게 된 아내였습니다. 

저의 팔 안에서 아직도 여전히 조심스럽지만, 그러나 때때로 고혹적으로 흐트러지는 몸짓을 보이는 아내를 보다보면, 문득 

아내의 안에 숨여져 있을 미개척된 여성에 대한 생각이 만개된 여성으로서의 아내의 환상이 저를 사로잡곤 했습니다.


확실히 춘식이의 말대로 그 녀석이라면 저 이상으로 아내 내면 속에 감춰져 있는 여자의 성을 더욱 아름답게 꽃피울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춘식이는 남자인 제가 보기에도 매력적인 남자였고, 외양뿐만 아니라, 그 내면에도 무언가 다른 사내들보다 우월한 듯한 

숫컷의 냄새를 풍기는 번뜩이는 분위기가 있었습니다. 

저는 단정한 아내를 단순히 여자로서만이 아니라 인간적으로도 너무나 사랑합니다. 

춘식이와 지윤씨의 관계같은 세속적인 남녀의 섹스같은 건 제가 아내를 사랑하는 것에 비교될 가치도 없다고 생각합니다.


그렇지만...

사랑하기 때문에, 더욱 더 아내를 알고 싶고 좀 더 아내 속에 감춰진 여성의 모습을 보고 싶다는 그런 거센 욕망이 제 마음 

속에서 점점 꿈틀거리며 커가고 있었습니다. 


그 일이 있은 후 얼마의 시간이 지났습니다. 

젊을 때는 혼자 고독을 씹으며 취미를 즐기는 걸 좋아하던 저였지만, 진정한 의미에서 아내와 살게 된 후에는 그녀를 위해 

일하고 그녀와 함께 지내는 시간이 무엇보다도 소중하다고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신기한 일은 아내를 사랑하고 있는 자신을 자각할 때마다 더 깊게 아내를 알고 싶다는 충동이 커져갔다는 것입니다. 

이전에는 옆에 아내가 있어도 쓸쓸함을 느꼈고, 그렇게도 자신을 닫고 있는 아내로 인해 답답해서 참을 수가 없었지만, 

그 때와는 또 다른 마음이 되어갔습니다. 그것은 전보다 더욱더 강하게 타오르는 듯한 충동이었습니다. 


제가 아직 보지 못한 아내의 모습을 상상할 때면, 그와 더불어 춘식이의 자신만만한 얼굴이 떠올라 저의 마음을 뒤흔드는 

것이었습니다. 그 무렵에는 아내와의 섹스도 많이 익숙해져서 때로는 아내의 양팔을 끈으로 묶는 등 가벼운 SM 비슷한 

플레이를 시도해 보기도 했습니다.


"아, 아파...." 


조그맣게 속삭이며 아내가 얼굴을 숙였습니다. 

두 손을 등 뒤로 묶인 그녀의 유방을 감추고 있는 것은 접어 세운 하얀 무릎입니다. 

목덜미에서 어깨로 걸쳐진 가늘고 연한 색깔의 끈이 본래부터 그 자리에 있던 장식인양 아내의 나체에 섬세한 아름다움을 

더하고 있었습니다.


"너무 강하게 묶었나?"


제가 묻자 아내는 고개를 가로 저었습니다.


"괜찮아요."


그렇게 말하며 저를 쳐다보는 아내의 눈동자는 애처롭게도 이슬이 맺혀 있어 제 가슴을 야릇하게 울렁거리게 만들었습니다. 

이렇게나 유순하고 부드러운 여인인 아내는 지금 이 순간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까하는 생각이 문득 들었습니다. 

아내에게 물어보아도 진실은 역시 수수께끼로 남을 것입니다. 

아무리 친한 사이라도 사람과 사람 사이에는 좁혀지지 않는 틈이 있습니다. 

저희 부부에게 있어서 그 틈은 각자의 이기심과 추한 부분뿐만이 아닌, 서로에 대한 사랑과 배려때문이기도 할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러니까, 행복과 외로움은 언제나 동전의 양면과 같은 것일겁니다.

기어가는 듯 다가간 제가 서서히 양무릎을 벌리자 아내는 나를 쳐다 보았습니다. 


"?...!"


작게 신음하며 싫다는 듯이 고개를 흔들었습니다.


"안되요."

"뭐가 안되? 이대로는 할 수가 없잖아?" 

"불이라도 꺼주세요" 

"싫어, 이대로 널 보면서 하고 싶어." 

"그럼, 천천히..." 

"으음, 이렇게 해봐." 


저희는 마치 사랑을 속삭이는 것 같은 그런 달콤한 대화를 나누면서 하나가 되어갔습니다.

그런 날이 이어지고 있던 어느 휴일이었습니다. 

아내는 쇼핑을 나갔고, 혼자 있게 된 저는 심심풀이로 인터넷에서 성인사이트를 탐방하고 있었습니다. 

일반인들이 자신이나 애인의 사진을 투고하는 사이트였습니다. 

이런 사이트를 보고 있자니 세상에는 참 다양한 사람들이 있다고 생각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투고사진들은 남편이 아내의 알몸과 섹스 중인 모습 등을 찍은 것도 많아 타인의 성생활을 훔쳐보는 듯해, 관음적 즐거움을 

충족시켜 주었습니다. 

아마추어가 찍은 사진이 오히려 묘하게도 현장감을 주어 보는이로 하여금 더욱 흥분하게 만드는 것같았습니다. 


어떤 남자가 찍은, 얼굴을 양손으로 가린 채 가냘픈 나신을 드러내고 카메라를 향해 부끄러운 듯이 가랑이를 벌리고 있는, 

사진속의 여자 사진을 보면서 저는 모자이크 처리된 여자의 얼굴에 어느새 제 아내의 얼굴을 겹쳐서 보고 있었습니다.

그 망상은 저를 격하게 흥분시켰습니다. 부끄러워 하는 제 아내에게 카메라를 들이대며 "더 가랑이를 크게 벌려!"라고 거칠게 

명령하는 남자의 모습이 머리 속에 그려졌습니다. 

그런데, 이해할 수 없는 것은 그 망상속에서 카메라를 잡고 그렇게 아내에게 명령하는 남자는 제가 아니라 춘식이였던 것입니다. 


문득 생각이 나서 전에 춘식이가 제 계정에 보냈던 동영상을 찾아 재생시켰습니다. 

곧 플레이된 화면 속에 벌거벗은 춘식이와 지윤씨의 모습이 나타났습니다. 

얼마 동안 저는 그 영상 속에 푹 빠져들었습니다. 


동영상 속에선, 춘식이가 지켜보는 가운데 지윤씨가 울긋불긋 요란한 문신을 한 아직은 새파란 조폭들, 춘식이의 후배들과 

서로 몸을 얽히며 교성을 내고 격렬하게 허리를 돌려댔습니다. 

짧은 시간이지만 직접 만나 이야기까지 나눴던 여성의 섹스 장면을 보는 것이 처음이라 흥분을 불러왔지만, 저에게는 더욱 

자극적이었던 것은, 아마도 자신의 섹스파트너일 지윤씨가 연출하는 그 광란의 풍경을 춘식이가 두목 늑대인 양 느긋이 

의자에 앉아 지켜보고 있다는 사실이었습니다.


실제로 춘식이가 지윤씨를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지는 저로선 알 수 없지만, 그 날 지윤씨가 춘식이를 보던 눈은 틀림없이 

사랑하는 사람을 바라보는 눈길이었습니다. 

그랬던 여자가 사랑하는 남자 앞에서 이렇게 음탕한 행위를 펼치며, 이렇게 음란하게 신음을 지르고 있었던 겁니다. 

거친 섹스 중에도 가끔 지윤씨의 시선이 상대 남자들을 떠나 맞은 편을 바라 볼 때면, 저는 그 곳에 있을, 음흉한 웃음을 짓고 

있을 춘식이를 상상했습니다.


동영상이 끝났습니다. 

저는 등줄기를 간지럽히는 무언가에 전율하며 한참을 멍하니 소파에 누워 있었습니다. 

그리고, 저는 일어섰습니다. 춘식이에게 전화를 걸기 위해서였습니다. 


아내가 돌아오기 전에...

저와 아내가 휴가를 이용해 일본의 온천지역으로 향한 것은 그 해 팔월 중순의 일이었습니다.

아내와 해외여행을 가는 것은 신혼 이후 처음이었습니다. 시끄러운 도시를 떠나 일도 잊고 나흘 간 해외의 어느 시골, 조용한 

곳에서 푹 쉬자는 제 계획에 아내도 기뻐하고 있는 듯 했습니다.


인천에서 출발해 비행기를 타고 두시간여쯤 나고야에 도착했습니다. 

일본고속철로 갈아타 코잔으로 가는 동안에도 이국의 날씨는 쾌청해서 시원하게 트인 푸른 하늘에는 구름 한 점 없었습니다.

아내의 표정도 보기드물게 밝았습니다. 저는 그 환한 얼굴에 새삼 가슴이 아파오는 것을 느꼈습니다. 


코잔역에서 내려서 시가지 주변을 관광하고 있을 때였습니다. 


"야, 임마, 김수현!"


스쳐 지나가던 남자가 말을 걸어왔습니다. 춘식이였습니다. 

옆에는 지윤씨가 있었는데 그녀도 깜짝 놀란 듯이 저를 바라보고 있었습니다.


"네가 여기는 웬 일이냐?"

"참나, 나야말로 묻고싶다." 


춘식이는 이내 아내 쪽으로 시선을 돌렸습니다. 

그쪽과 마찬가지로 놀란 얼굴을 하고 있던 아내는 그 순간 부끄러운 듯이 눈길을 떨구었습니다. 

그것을 보고 춘식이가 쓴웃음을 지으며 저를 향해 살짝 신호를 보냈습니다. 저도 가볍게 고개를 끄덕여 보였습니다.

모든 것이 계획대로였습니다. 저와 춘식이, 그리고 지윤씨는 여행지에서 우연히 만난 걸로 위장하기로 여행 전에 계획을 

세웠던 것입니다. 그 사실을 모르는 이는 아내뿐이었습니다. 


"오랜만이네요, 선배. 정말 놀랍네요."


지윤씨는 미리 춘식이의 부탁으로 우리의 협력자가 되어 있었는데, 이 여행에선 제 대학시절 동아리 후배라는 설정이었습니다.


"아아, 나야말로 정말로 놀랬어."

"이 쪽은 선배 와이프?" 

"그래." 

"처음 뵙겠어요. 강지윤입니다. 수현선배완 대학때 같은 동아리에서 활동했었어요." 


예상치 못한 일에 당황하고 있던 아내도 지윤씨의 나이에 걸맞지 않는 차분한 태도에 평소의 자신을 되찾고 이었습니다.


"아, 안녕하세요. 전 수현씨의 아내인 이현수라고 해요."


아내는 정중하게 지윤씨를 향해 인사를 했습니다.


"춘식이는 전에 봤지. 지윤이는 춘식이 와이프야. 내가 두 사람을 소개시켜 주었었지."

"그랬군요." 

"어이, 이런 길가에서 이야기하기 그렇다. 어디 들어 가자구." 


춘식이의 말에 저희 네명은 걸음을 옮겼습니다.


"흐음, 정말 대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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